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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긁어서 그리기

     

    오늘은 미술활동으로 두 가지 표현 기법을 준비했어요

     

    두 가지 종류의 미술활동 재료를 준비해서 아이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요즈음 한 학년씩 올라가는 시기이므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요. 아이들의 마음이 싱숭생숭한 것 같아 어떻게 하면 마음의 안정과 평화로운 시간을 만들어 줄 수 있을지 많은 생각 끝에 선택해서 하도록 하면 재미있어할 것 같아 두 가지의 수업을 준비해서 출발했어요. 아이들의 미술활동 시간이 나른하고 피곤할 시간대 이므로 될 수 있으면 집중하기도 좋고 재미있는 시간이 되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도착하여 현관문을 여니 아이들의 우렁찬 목소리들이 피곤하고 나른했던 저의 마음에 건강한 에너지를 주는 것 같았답니다.

     

    친구들에게 오늘의미술활동에 대하여 간단히 설명을 한 후 두 가지 중 선택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 모든 아이들이 스크래치 기법의 미술활동을 선택하여 깜짝 놀랐습니다. 미술의 표현기법 중 색종이 조형작업으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려고 준비해 갔었는데 아이들은 모두 스크래치 기법을 선택하였어요. 스크래치 기법을 이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네요.

     

     

    여기저기 힘껏 긁어내는 과정을 즐기는 아이들

     

    스크래치 표현 기법 준비물은 다음과 같아요. A4크기의 스크래치 종이, 뾰족한 나무막대, 티슈와 물티슈를 준비했어요.

    간단한 설명과 시연을 보여준 후 미술활동을 시작했는데, 또 한 번 아이들의 심리상태가 어떤지,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살펴보며 읽어보았지요. 왜냐하면 이번에도 제가 생각해가고 구상했던 대로 수업이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저의 고정관념을 버리게 되는 순간이었더 것 같아요. 예쁘고 단정하고 깔끔하고 멋진 완성작이 나오길 바랬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주로 남아들은 자여진 틀에 맞추어 그림을 스크래치 해 나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아주 심했습니다. 못견뎌 했어요. 그러므로 마음이 가는 대로 자유롭게 진행해 보자고 지도하였는데 그때부터 아이들은 너무나도 즐겁게 긁어내는 작업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긁어내는 도구로 뾰족한 나무 하나를 주었는데, 대부분의 남자이 이들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했고 급기야 딱풀 뚜껑으로도 긁어보고, 스카치테이프를 사용도 해보고, 돌덩이까지 등장했습니다. 그 돌덩이는 어디서 난 것인지 몰라도 그것으로도 스크래치를 해보는 것이었습니다. 음... 아이들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으므로 할 수 있는 만큼 해보라고 하였는데 수업이 끝날 때까지 진행되었습니다. 미술심리상담 프로그램 중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프로그램들이 있는데, 이 스트래치 기법이 바로 그런 프로그램과 동일하게 감정을 표출시키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표현기법-스크래치 미술활동에 등장 한 도구들입니다 

     

    새겨진 그림들을  선에 따라서 긁어내는 것이었지만 다 사라졌어요

     

    다양한 무늬들이 그려져 있는 것을 예브게 긁어내는 스크래치 기법이었지만 위의 사진과 같이 그림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밑바탕의 배경색들만 덩그러니 드러났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최고로 재밌었다고 하니... 참 다행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분출된 아이들의 감정을 잘 정리해 주는 것이 중요하여 한 명씩 조용히 피드백을 해주었습니다. 한 명씩 따로따로 만나서 눈을 마주 보며 이야기하는 시간에 아이들은 많이 달라집니다. 즉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고 편이 되어준다는 것을 알면 수업 태도도 많이 달라지고 미술시간을 즐거워하게 됩니다. 그림 시간에는 그림을 잘 그려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와 상황에 따라서는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할 줄 아는 것이 더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게 긁어낸 후 소감을 말하는 어린이

     

    자신의 마음을 그림으로 나타내고 감정을 솔직히 말하는 그 시간에 마음에 있던 불편함들이 사라지는 것을 아이들 스스로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마음이 정리되면 그림을 그리는 시간에는 그림에 집중하여 더 잘 해나갈 것이고 또 다른 주어진 수업에는 그 시간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이 미술표현 활동에서 보았듯이 어른의 입장에서 보는 미술활동 작업과 아이들의 연령대에서 그 순간에 원하는 미술활동의 과정 및 결과물들은 많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재료는 동일하게 나누어 주지만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이나 완성까지는 아이들이 여러가지 요소들이 미술활동 작업에 복합적으로 투사되어 나타난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저의 미술수업은 종종 미술심리상담시간으로 마무리되곤 한답니다. 오늘은 이렇게 다양한 감정이 투사된 미술활동 시간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다음에 보다 더 유익한 내용으로 만나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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